보도자료

폭력에 저항하는 무기는 평화, 그뿐

홍보팀 | 2014.06.11 13:35 | hit. 1937
5월9일부터 7박8일간 세계평화여성연합(회장 문난영, 이하 여성연합)이 요르단과 이스라엘에서 연 중동여성평화회의와 평화대행진에 동행했다. 여성연합은 분쟁 지역에 신뢰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작고한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뜻에 따라 2004년부터 중동에서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선교 색깔을 지우고 평화운동에만 매진해 유엔 경제이사회 NGO 자문기관 자격을 얻었다. 2006년 KBS 용태영 기자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분파에 의해 납치당했을 때 석방에 힘을 보태 그간의 평화운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세상에 전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고, 입·출국 수속을 밟는 데만 왕복 40시간 가깝게 걸리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이번 행사는 짧은 기간이지만 아랍 세계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여성에게 유난히 모질게 구는 중동에서 여성 평화운동가들을 한자리에서 대거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동안 관심이 많았던 이 지역의 물 문제에 대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스탄불행 항로에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보상하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중국 대륙을 넘어 카자흐스탄 영공을 지나자마자 중앙아시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아랄해, 카스피해, 흑해가 잇달아 발밑에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건조한 지역이어서인지 시계가 맑아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 이는 잔물결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자연은 메마른 땅에 이처럼 멋진 선물을 주었지만 인간은 그것을 누릴 자격이 없는 종이라는 걸 열심히 증명해왔다. 공중에서도 인간의 횡포로 아랄해가 입은 상처는 충분히 흉했다. 카스피해와 흑해는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주변국이 마구 흘려보내는 오·폐수에 오염돼 몸살을 앓는 중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문정우</font></div>예루살렘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 이스라엘 사람들은 뒤쪽 이슬람 성지인 황금사원을 허물고 성전을 새로 짓고 싶어한다.  
 

예루살렘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 이스라엘 사람들은 뒤쪽 이슬람 성지인 황금사원을 허물고 성전을 새로 짓고 싶어한다.

 

 

착륙하기 직전 이방인의 눈에 들어온 암만 공항의 야경은 이채로웠다. 시가지는 강한 달빛 아래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마음속으로 그리던 천일야화의 이미지 그대로다. 이곳은 햇빛뿐만 아니라 달빛도 길들지 않았다.

마침 팔레스타인 정부가 무장 단체인 하마스와 통합을 선언하는 바람에 이스라엘이 평화협상 결렬을 선언해 활동가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본격적인 회의 세션이 시작되기 전 예비모임에서 활동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고 했다. 남성들이었다면 주먹이 오고 갈 만큼 막말도 쏟아졌다는데 기자들은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

요르단 행사의 백미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두 딸과 조카를 잃고 평화운동가로 변신한 팔레스타인인 의사 이젤딘 아부엘아이시(현재 캐나다 토론토 대학 의대 부교수)의 강연이었다. 그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갈가리 찢긴 아이들의 시신에서 시선을 돌려 “저는 이제 어찌 살면 좋겠습니까”라고 신에게 물었던 장면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이스라엘 측도 팔레스타인 측도 통역도 흐느껴 울었다. 눈앞에서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였기에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다운 무기는 평화밖에 없다는 그의 말은 가슴에 더욱 깊이 닿았다. 똑같이 차별받고 고통받아온 이곳 여성의 힘이야말로 남성성에 파괴된 세상을 치유할 희망이라는 그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문정우</font></div>요르단의 고대 유적지인 페트라. 중동이 어째서 신들의 땅인지 느낌을 전해주는 곳이다.  
 

요르단의 고대 유적지인 페트라. 중동이 어째서 신들의 땅인지 느낌을 전해주는 곳이다.

 

그곳을 보지 않고는 요르단에 갔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고대 유적지 페트라로 향하는 내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황량했다. 이스라엘에 수원지인 요르단강 서안을 뺏긴 뒤 요르단은 불모의 땅으로 변했다. 이곳은 새들조차 살기 힘겨워 보였다. 평화회의 공동의장을 맡은 요르단 YWCA 회장 림 나자르 씨는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요르단이 100만명 넘는 시리아 난민을 먹이고 입히느라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페트라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신비로웠다. 중동이 어째서 신들의 땅이 됐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고작 두세 시간 둘러보고 말 곳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언젠가 느긋하게 며칠간 묵어볼 만한 곳으로 마음속에 적어놓았다.

이스라엘 입국은 소문대로 험난했다. 유목민의 땅답게 가축을 일렬로 몰아넣는 ㄹ형 통로 같은 곳에 입국자를 밀어넣어 통제했다. 짐을 찾아 입국을 끝내기까지 족히 두 시간은 걸렸다. 그나마 육로 입국은 훨씬 부드러운 편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비자 스탬프를 찍지 않는 이유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문정우</font></div>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두 딸과 조카를 잃은 뒤 평화운동가가 된 팔레스타인인 의사 이젤딘 씨.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두 딸과 조카를 잃은 뒤 평화운동가가 된 팔레스타인인 의사 이젤딘 씨.

이스라엘을 방문했다는 표시가 남으면 다른 중동 국가에 입국하기 힘들기 때문에 여행자들의 민원이 많아서 이스라엘 당국은 여권에 비자 스탬프를 찍지 않았다. 대신 언제라도 뗄 수 있는 작은 쪽지를 붙여줬다. 이스라엘이 여권에 스탬프를 당당히 찍는 날 중동에 평화가 깃들 것이다.

예루살렘의 호텔 욕실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줄기는 힘찼다. 등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곳 중동의 물 사정을 생각하면 놀랍지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스라엘 점령 지역 팔레스타인인의 1인당 연간 물 소비량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스라엘 당국의 철권 통제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우물을 새로 파지도 보수하지도 못한다. 부족한 물을 사먹느라 소득의 20% 이상을 쓰는 형편이다.

예루살렘의 우거진 가로수 한 그루 한 그루 밑에는 물을 공급하는 고무호스가 묻혀 있었다. 사해 주변에서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아름다운 종려나무 아래에도 빠짐없이 물을 공급하는 장치가 달려 있다. 중산층이 사는 집안 풀장에는 맑은 물이 찰랑거렸다. 이스라엘이 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중동에 전운이 가실 수 없다는 환경운동가들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중동 사람 전체가 함께 마셔야 할 깨끗한 물로 숲을 가꾸면서 평화를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을 거덜내는 번영도, 총칼을 앞세운 평화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들은 말하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을 떠나면서 이 나라를 드나들기가 편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 기사는 세계평화여성연합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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